코닥의 몰락
카메라 산업의 대표주자인 코닥이 131년 역사를 끝내야 할지도 모른다. 2011년 10월, 코닥이 로펌을 고용해 법정관리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루머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1997년 주당 97달러까지 올랐던 코닥의 주가는 당일 78센트까지 폭락하였다.
1880년, 사업을 시작한 코닥은 한때 전세계에서 14만명 정도의 종업원을 고용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필름 카메라 시장이 축소되고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아이러니 한 사실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회사가 코닥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1981년에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필름 시장에 안주한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2천만명의 시대
지난 10월 28일,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40%, 경제 활동 인구의 8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셈이다. 다양한 모바일 앱들에게 사용자들이 열광하고 있으며 모바일 전용 웹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트래픽을 만들어 내는 서비스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으며 이제는 PC를 넘어서 ICT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천만명을 넘어서면서 가입자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으며 새로운 인터넷 시대가 펼쳐지고 있음을 받아드려야 한다.
통신사에게는 위기로
모바일 산업에서 통신사만큼 이해도가 높은 사업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SKT와 같은 통신사들에게는 위기로 작용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닥의 사례와 같이 현재 시장 지배자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시가 총액 기준 2009년 11위 기업이였던 SKT는 2011년 20위로 하락하였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음성 통화 기기였던 휴대폰은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도구로 바뀌고 있다. 앱스토어 내의 수많은 써드파티앱들은 OTT 형태로 통신사들의 기존 서비스 역할을 수행한다. 마이피플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MIM은 SMS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m-VoIP는 음성통화를 대체하고 있다. 통신사의 훌륭한 출구전략 도구였던 WAP은 스마트폰에서 아예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 반면, LTE 시설 투자와 주파수 구매비용과 같은 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Telco 2.0의 핵심 기회
스마트폰 시대에 통신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STL Partners와 Telco 2.0이 최근 발표한 'The Roadmap to New Telco 2.0 Business Model'의 내용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통신사들의 최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6가지 핵심 기회를 제안하고 있다.
첫번째는 '코어 네트워크 서비스'로 진화된 채널 전략과 고객 관리 강화를 위해 자체 네트워크와 코어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번째는 IT 사업과 버티컬 솔루션에 통신 기술을 접목하는 '버티컬 사업 솔루션'이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세번째는 네트워크 부하 분산과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와 같이 기존 사업자의 위치를 확대하는 '인프라 서비스'를 언급했다. 네번째는 '임베디드 커뮤니케이션' 영역 즉 M2M 및 임베디드 어플리케이션에 음성, 메시징, 데이터 서비스 등을 통합하는 방안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섯번째는 써드파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Open API를 적극 활용하여 고객관리, 결제, 광고, 인증 등을 제공하는 '써드 파티 Enabler'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네트워크 기술과 무관하게 신규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추천하였다.
SKT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최근 ICT 산업의 강자들은 수직통합과 수평통합을 강하게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제조업부터 최근 스페인에서 MVNO로 등장하면서 통신사업까지 아우르고 있다. 애플은 플랫폼 사업자이면서 자사의 기기를 데스크탑, 스마트폰, 스마트 TV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의 목적도 결국은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함임을 놓치면 안된다. 통합을 하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Telco 2.0의 여섯개의 가능성 중에서 세가지 전략방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통신사가 다른 어떤 사업자보다 우위에 있는 ‘코어 네트워크 서비스’, 최근 ICT 산업의 핵심 키워드이면서 많은 자산을 이미 가지고 있는 클라우드 중심의 ‘인프라 서비스’, 그리고 독자적인 에코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써드 파티 Enabler’가 바로 그것들이다.
SKT 상생혁신센터의 Open API와 T Cloud 등과 같은 시도들은 계속해서 추진해야 하며 기대해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반면, SKT 스스로 콘텐츠 사업자가 되려는 시도의 모습은 다소 의아하다. 현재 운영하는 일부 서비스와 모바일 앱들은 영속성도 없고 가입자 락인(Lock-In) 효과도 현저히 떨어진다.
SKT는 가장 훌륭한 퍼블리셔
얼마전, 관련 업계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국내 모바일 콘텐츠 퍼블리셔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필자는 주저없이 SKT를 꼽았다. SKT만큼 콘텐츠를 모으고 홍보하며 운영하는 능력이 높은 국내 업체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SKT의 퍼블리셔 능력에 대해 모두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쉽다.
통신사의 해외 사업이 반드시 망사업자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노하우를 통해 SKT가 국내 우수한 콘텐츠를 결집하고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드는 교두보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WAP 시절의 과거 컨텐츠는 신흥 시장에서 재사용할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 주고, 좋은 국내 스마트폰 컨텐츠가 해외로 나갈 수 있게끔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과거 몇차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몇차례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나 당시에는 실무 담당자들이 현업을 하면서 보조적인 업무였을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전세계가 시장이 됨과 동시에 경쟁자가 된 이때에 SKT가 본격적인 사업의 형태를 만들어 적극성을 띄어주기를 바란다.
코닥에 대한 재조명
코닥은 디지털 이미징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닥의 관련 특허 10%의 가치가 최소 30억달러는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최근, 애플과의 이미지 관련 특허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코닥이 만일 제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을 했다면 디지털 이미지 시대의 핵심 사업자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SKT는 국내 무선 인터넷를 리드하던 사업자였다. 하지만, 무선 인터넷이 각광받는 시대에 가장 위기인 사업자로 언급되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SKT는 이번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쌓아놓은 노하우와 자산을 잘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도약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고 응원해 본다. 그리고, 그 출발은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버리는 용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Comments List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한 가지 정정해야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댓글을 남깁니다.
"WAP은 스마트폰에서 아예 접속조차 되지 않는다. " 이 부분은 잘못된 내용입니다.
여기서 스마트폰이라 하면 대표적인 갤럭시S, S2 등이 있을텐데, 현재 "네이트/프리존"
이라는 이름으로 접속이 가능합니다.
썩 잘되지는 않습니다. 레이아웃이 불안정한 부분도 있고. 브라우져 자체가 좀 다른것 같더군요.
미래를 위해서 과거를 버리는 용기... 동감이다
잘읽었습니다.
공감이 가는글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SKT의 콘텐츠 퍼블리싱 능력은 다른국내 통신사와 비교할때 한단계 더 높은 수준에 있는것으로 판단됩니다.
업무나 정책도 체계가 잘 잡혀있구요.
개인적으로 가능성 여부를 떠나 SKT가 구글과 안드로이드 마켓 퍼블리싱 대행 계약을 하고 수익의 일부를 쉐어하는 형태를 가져가는 비즈니스 모델이 현실화 된다면 서로에게 윈윈하는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보기엔 WAP 서비스를 지원하느냐의 문제보다..스마트폰에서 Naver, Daum, Google의 모바일 웹사이트에 비해 네이트 프리존의 트래픽이 비교가 안된다는 선에서 이해하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콘텐츠 사업자가 되려한다는 우려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속된 말로 삽질할 것 같다는 (혹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훌륭한 퍼블리셔 이부분에 대해서..
물론 지금 SK플래닛을 통해 컨텐츠 퍼블리싱을 진행하고 있지만 Tstore를 직접적으로 운영하고 초기단계에 컨텐츠를 수급하고 공굽했던 TheApps라는 퍼블리싱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인크로스가 아니였다면 과연 SKT가 국내 최대 퍼블리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SKT 자체적이라기보다는 뒷배경 탓에 평가절하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