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왕국을 꿈꾸며!!! mobizen@mobizen.pe.kr

Posted
Filed under AI 이야기
MAU, Z세대들의 높은 충성도를 기반으로 하는 뤼튼
요즘 뤼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출시한 지 2년도 안 됐는데 벌써 MAU 500만을 넘겼다고 한다. 국내 AI 서비스 중에서는 챗GPT, 제미나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특히 흥미로운 건 Z세대다. 비용에는 민감하지만 새로운 걸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세대인데, 이들이 뤼튼을 “생활 속 AI”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섬 키우기, 고민 상담, 영어 회화 같은 기능들이 겉으로 보면 가벼워 보이지만, 결국은 매일 접속할 이유를 만드는 장치다. 예전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네이버 카페등을 떠올리면 비슷한 느낌이다. 이용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곧 서비스의 가치였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과거의 법칙이 현재에도 적용이 되는 것일까?



GPT-5와 엑사원 추가, 그리고 차가운 댓글 반응
최근 뤼튼은 GPT-5(OpenAI)와 엑사원(Exaone, LG AI 연구원)을 붙였다. 글로벌 모델과 국산 모델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AI 멀티모델 허브”로 가려는 의도가 읽힌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유료 모델이나 아예 사용방법이 없었던 모델을 그것도 무료로 써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 나쁠리가 없다.

그런데, 사용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소적이다. 이 기사의 댓글을 몇가지 살펴보자.

  • 그럼 뤼튼의 기술은 뭐지?
  • 외국 기업 서비스를 벤처 투자금으로 무료로 제공하는게사업모델인가요? 그냥 외화유출인것 같은데…정부 자금인 모태펀드도 받았을텐데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고객 모으기에 급급한 기업이 존속할 필요가 있을런지
  • 한탕 거하게 드실라고? 정부가 돈푸니까 빨리 받아먹어야지? 이런돈도 아는사람이 있어야 먹을수있는거고 눈먼돈이니까..갑자기 gd를 광고모델 쓰질않나.. 의심이 가긴하자나
성장은 인정하지만 “본질적 차별화가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따라붙는다. 광고는 요란한데, 정작 뤼튼만의 서비스가 뭔지는 잘 안 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무료 서비스가 국내 SW 산업에서 제값 받기를 어렵게 한다는 비평도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적인 구조와 불편한 진실
실제, 뤼튼의 내부 구조를 보면 단순히 모델 API만 연결해 놓은 것은 아니다. 질문을 잘게 쪼개고, RAG을 거치고, 여러 모델을 번갈아 호출해서 답을 만든다. "UI/UX + 워크플로우 + 사용성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이며, 여기에 오케스트레이션과 비용최적화까지 한다. 겉으로 보면 꽤 이상적인 구조이고, 자체 기술이 없다고 하기에는 약간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구조가 오히려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사용자는 뤼튼을 통해 유료 GPT를 무료로 사용하기를 바랄 뿐, 뤼튼의 서비스를 사용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뤼튼에서 GPT5를 선택하여 질문을 한 것과 chatGPT5에서 같은 질문을 할때, 답변이 같지 않다. 과거 대화 목록을 기반으로 하여 프롬프팅과 RAG을 사용하기 때문에 예상과 전혀 다른 답변을 할 때가 있다. 이렇게 기대하던 답이 아니었을 때, 뤼튼의 문제인지, GPT/엑사원의 한계인지, 아니면 사용자의 질문이 문제였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B2B로 간다면 더욱 선명해진다. B2B 고객은 SLA(서비스 품질 보장)를 원하지만, 뤼튼의 현재 구조는 문제 원인을 투명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B2C 트래픽 기반 외형은 화려하지만, 품질과 신뢰성 측면에서 고객이 안심하고 쓸 단계는 아닌 것이다.



과거 웹서비스들과 다른 AI 서비스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통 웹 서비스는 트래픽을 광고로 곧장 수익화가 가능했다. 네이버, 다음, 유튜브, 페이스북 모두 같은 구조였다. 하지만 LLM 기반 서비스는 광고 삽입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 대화형 UI는 광고와 맞지 않고,
  • 개인화된 출력은 광고 타겟팅을 어렵게 만든다,
  • 무엇보다 신뢰가 핵심인데 광고 개입은 신뢰를 깨뜨린다.
그래서 글로벌 AI 서비스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구독·B2B 계약·파트너십으로 정리된다.
하지만 뤼튼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자체 LLM이 없기 때문에 구독에서의 차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는 길은 B2B 계약과 파트너십인데, 이때 뤼튼만의 핵심 자산이 무엇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단순히 “국내에서 사용자 수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기업 고객을 설득하기 어렵다.



Jasper의 궤적이 남긴 교훈
AI 서비스 업계에서 뤼튼과 가장 닮아 있는 해외 사례는 Jasper다. Jasper는 초창기부터 자체 LLM을 만들지 않고, OpenAI 등 외부 모델을 연결해 UI/UX와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한 글쓰기 보조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했다. “누구나 쉽게 마케팅 문구와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다”는 가치를 앞세워 B2C 시장을 공략했고, 한때는 월 구독 기반으로 수십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생성형 AI SaaS의 성공 신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ChatGPT가 무료로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Jasper의 장점이었던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프롬프트 템플릿이 순식간에 평준화되었고, “왜 Jasper를 돈 주고 써야 하나?”라는 질문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커졌다. 결국 Jasper는 구독자 이탈 → 성장 정체 →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많은 매체들이 Jasper를 “AI 버블의 희생양”이라 부른 것도 이 시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Jasper는 방향을 바꿨다. 엔터프라이즈 중심 SaaS로 피벗하며, 단순 텍스트 생성이 아니라 기업 내부 데이터와 결합한 마케팅·세일즈 콘텐츠 자동화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외부 모델을 그대로 쓰는 구조는 유지했지만, 고객사 맞춤형 데이터 통합, 팀 협업 기능, 보안·컴플라이언스 등을 더해 기업이 쓸 만한 AI 도구로 다시 자리매김했다.





B2B 기반으로 가야하는 뤼튼의 전략
순수 SW만으로는 국내에서 자생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외산 AI들이 한국어를 지원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는 경쟁상대가 국내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결국 뤼튼의 지속 가능한 길은 현실적으로는 폐쇄형 B2B SaaS이다.

  • 단기적으로는 B2C 구독과 제휴로 수익성을 시험하고,
  • 중기적으로는 교육, 마케팅 같은 ROI가 빠른 Vertical B2B로 진출하고,
  • 장기적으로는 금융·헬스케어 같은 고마진 산업에서 폐쇄형 엔터프라이즈 SaaS로 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게 제휴다. 예를 들어, 뤼튼 스피킹은 온라인 영어학원이나 에듀테크 플랫폼과 연결할 수 있고, 콘텐츠 자동화 기능은 광고대행사나 이커머스 플랫폼의 백엔드로 들어갈 수 있다. 고민 상담은 디지털 치료제나 멘탈케어 스타트업과 엮을 수도 있다. 이런 제휴가 단순히 수익만 주는 게 아니라, B2B 영업 레퍼런스가 된다. 엔터프라이즈로 갈 때 신뢰를 확보하는 증거가 되는 거다.

굳이 B2B SaaS앞에 '폐쇄형'이 붙는 이유는 망분리 환경에서 온프레미스(On-Premise) 솔루션을 선호하는 국내 기업들의 문화가 유일하게 해외 서비스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맺는 말
뤼튼은 지금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AI 서비스다. 하지만 동시에 품질·차별화·수익화라는 세 가지 큰 숙제를 안고 있다. MAU 500만은 분명 강력한 자산이다. 하지만 구독으로는 힘들고, 광고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답은 B2B SaaS, 그리고 제휴를 통한 Vertical 진출이다.

지금 뤼튼은 “생활형 AI B2C 성장”에서 “B2B SaaS 모델”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 앞으로 이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뤼튼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2025/08/21 14:47 2025/08/21 14:47
Posted
Filed under AI 이야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8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최종 5개 컨소시엄을 발표했다. 이른바 ‘소버린 AI’ 프로젝트는 단순히 모델 하나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한국형 AI 주권을 확보하고, 데이터·인재·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대형 국가 전략이다.

선정된 팀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팀들은 각자의 방향성과 기술 전략을 제시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결국 ‘대형 LLM 중심’의 경쟁 구도로 수렴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버린 AI’는 이렇게 파운데이션 모델 하나를 두고 벌이는 기술 경연장이 되어도 괜찮은 걸까?



기승전 Foundation Model… 그것이 전부인가?
소버린 AI에서 파운데이션 모델(FM)이 핵심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국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범용성과 확장성을 갖춘 대형 모델의 존재가 필요하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FM은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FM 위에서 작동할 수 있는 산업 응용,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인프라, 윤리·보안 체계, 오픈소스 생태계 구축 등 다양한 퍼즐 조각이 함께 구성되어야만 소버린 AI가 진짜로 작동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 사업은 아쉽게도 그런 확장적 시야보다 FM 자체의 경쟁력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택했다. 누가 더 크고 빠르고 정확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를 겨루는 형식 속에서, 소버린 AI가 가져야 할 생태계적 관점은 다소 희미해진 느낌이다.



스타트업의 실력인가, 전략적 배분인가?
이번 선정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단연 업스테이지다. 유일한 스타트업 팀으로서 대기업 중심의 컨소시엄 사이에서 이름을 올렸다. ‘Solar WBL’이라는 자체 모델로 고효율 LLM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OCR, 경량화 챗봇, 비즈니스 특화 API 등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그간 보여준 제품화 속도와 응용력, 그리고 팀의 실행력은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도발적이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FM은 정말 기술력만으로 가능한가?
파운데이션 모델은 단순한 AI 알고리즘 기술이 아니다. 수백억 단어에 달하는 학습 데이터,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처리할 인프라, 이를 운영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조직과 자본, 그리고 이를 감당할 산업적 파트너십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복합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진다.

  • 온디바이스 LLM을 구현해온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왜 선택되지 않았을까?
  • 글로벌 의료 AI 기업으로서 입증된 레퍼런스를 가진 루닛은 왜 최종에 오르지 못했을까?
이 질문들은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을 깎아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FM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누가 선정되었든 던져질 수밖에 없는 질문이며, 왜 소수의 기업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를 선택했냐는 사업을 향한 불만이다.

FM은 기술만이 아니라 시간과 사람, 자본과 네트워크의 총합으로 구축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든 “이 모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 업스테이지의 선정이 의심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FM 프로젝트에 진입하기 위한 구조적 문턱이 높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다양성은 충분히 고려됐는가?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은 기술 전략의 다양성 부족이다. 최종 선발 팀들은 대부분 텍스트 기반 LLM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미지 생성이나 영상 기반 멀티모달 모델, 온디바이스 환경을 고려한 경량화 전략 등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 이것이 과연 소버린 AI의 취지와 맞는 접근일까?
  • 국가 주권이라는 이름 아래, 기술 전략마저 단일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닐까?
AI는 모든 산업에 걸쳐 확산되는 기술이다. 다양한 데이터 타입과 문제 상황, 응용 환경이 존재하는 만큼, 기술 전략 역시 다양성과 균형을 갖춰야 한다.



생태계는 경쟁만으로 자라지 않는다
이번 사업은 ‘선발 → 경쟁 → 탈락’이라는 단계별 서바이벌 구조를 택했다. GPU, 데이터,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기에, 떨어진 팀은 사실상 생태계 밖으로 밀려난다. 스타트업은 본질적인 실험보다 과제 수주에 몰입하고,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보다 컨소시엄 구성이 더 중요해지고, 대기업은 장기 기술 전략보다 ‘정부 호환성’을 먼저 고민하게 된다.

과연 이것이 ‘소버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접근일까?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생태계를 줄 세우는 방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이번 사업은 ‘소버린 AI’를 실현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였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질을 잊지 말자
이번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매우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 동안 "한국형", "K-"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던 업계의 빅마우스들이, 대부분 이번 사업에 긍정적인 목소리 내지 방관을 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이다.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분들도 유난히 많았고... 그러한 이유때문에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대한 우려도 스스로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버린 AI는 단순한 국산화나 모델 만들기가 되어선 안된다. 정책적으로는 FM 자체뿐 아니라, 윤리, 책임, 응용 생태계에 대한 분과 논의가 병행되어야 하고, 산업계에서도 ‘우리 모델 vs 너희 모델’ 식의 성능 경쟁보다는 그 모델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누가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 이 시점을 놓친다면, ‘AI 주권’이라는 말도 결국 한때의 마케팅 문구로 휘발될지 모른다. 소버린 AI를 위한 다양한 접근법 중 하나여야 한다. 향후 정부가 이어갈 후속 사업들에서는 모델 개발만이 아니라, 데이터 확보, 검증 인프라, 응용 서비스, 거버넌스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방향은, 몇몇 사업자에 대한 집중 지원이 아닌, AI 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소버린 AI의 이름이 진정한 기술 주권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넓고 유연한 생태계적 시선이 필요하다. 그런 사업이 이번과 별도로 추가되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2025/07/31 15:31 2025/07/31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