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2분기에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휴대전화는 4억3500만대라고 한다. 이 가운데 51.8%인 2억 2500만대가 스마트폰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이 피처폰보다 많이 판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었으며 우리의 삶과 밀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다른 시선에서 보자면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고착화되어 있으며 성장의 한계에 가까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경쟁사들의 손실이 높아 삼성과 애플이 전체 수익의 100%를 넘게 차지하고 있어 두 업체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로 혁신의 상징처럼 보였던 스마트폰은 점차 상향평준화되어 비슷한 수준의 제품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비즈니스인사이더 IT편집장인 스티브 코바치는 "스마트폰 개념은 사라졌다.(The concept of a `smartphone` is dead)"이라고 평했는데 그의 말에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한다.
돌이켜보면 ‘혁신’이라고 인정할 만한 새로운 스마트폰의 탄생을 본지는 오래된 듯 하다. 노키아는 ‘루미아 1020’에 4100만 화소 폰카를 제공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처참했다. HTC One의 하단 정전식 외부 버튼이나 LG전자 G2의 후면버튼 등은 편의성을 제공해줄 수는 있겠지만 ‘혁신’이라고 평할 정도는 아니다.
스마트폰 OS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iOS7은 베타6까지 공개가 되어 있지만 아이콘 디자인의 혹평과 함께 기존 안드로이드의 장점을 흡수했을 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올 봄에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버전인 키라임파이(정식 명칭은 '킷캣’)는 아직까지 정확한 로드맵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정체된 스마트폰의 혁신은 전체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주요 항목을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성장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던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고가 단말이 많이 판매되었다. 시장 포화가 가까워진 현재로서는 점차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단말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하이투자증권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세계 스마트폰의 ASP(Average Selling Price)는 2008년 $541에서 2012년 $319으로 하락하였고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2017년이 되면 $218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폰5C’로 알려진 중저가형 단말을 준비 중인 이유도 신흥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일 것이다. 삼성전자도 최근에 갤럭시 메가, 갤럭시 골든, 갤럭시 그랜드 등과 같은 보급형 단말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상 $300 이하의 스마트폰을 중저가 또는 보급형으로 정의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
이런 상황은 제조사로선 여간 고민이 아닐 수가 없다.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갑작스럽게 감소하지는 않겠지만 ASP가 떨어진다는 것은 매출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그만한 폼팩터로 차별화된 스마트폰을 만들기 힘들어지면서 마케팅 비용만 증가하게 된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기기로 관심이 가게 된다.
이것이 최근의 제조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등장한 배경이다. 다음달 4일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나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iWatch’, 구글의 ‘구글 글래스’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당분간, 사용자의 니즈와 무관하게 제조사는 생존을 위해서 보급형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많은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수직통합 전략
기기 구성이 서로 유사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콘텐츠나 서비스로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공격적으로 나서는 서비스 사업자들이 있다. 제조사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유통시키는데 만족하지 않고 직접 스마트폰을 개발하려는 기업들이다. 수직통합을 통해 자사 서비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최근에 구글이 모토로라와 협력하여 판매를 시작한 모토X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토X는 하드웨어만으로는 평이하지만 사용자의 음성으로 구동이 가능하고 구글만의 상황인지 기술과 예측 기술을 적용하였다. 비록 시장에서 큰 성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은 HTC와 제휴를 통해 ‘HTC First’라는 단말을 내놓았다. 아마존은 이미 태블릿 PC를 판매하고 있으며 자체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다는 루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기기로서의 혁명은 서서히 느려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진화를 통해 에코시스템을 확장하고 특정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어쩌면 하드웨어 혁신의 끝이 소프트웨어 혁신의 시작을 이끌어 낼지도 모르겠다.
* 이 포스팅은 제가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 기고한 칼럼으로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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