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산업의 위기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자연스럽게 PC는 사용자들에게 소외받고 있다. IDC와 가트너 등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3년 전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여전히 가정에 PC는 필요한 기기이긴 하지만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으며 그 자리를 태블릿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Statista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태블릿의 출하량이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합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관련 기업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IBM은 레노버에, 소니는 JIP에 각각 PC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PC 사업부도 떨어지는 매출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품업체나 조립 PC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은 당연하다.
PC 업체들의 시도
관련 기업들의 위기감은 누구보다 절박했고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혁신은 모바일 기기의 성격과 유사한 노트북부터 시작되었다. 인텔이 앞장을 섰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울트라북’ 이다. 두께가 얇고 초경량 노트북을 만들어 공개했다. Huron River, Chief River, Shark Bay등과 같은 플랫폼을 제시하면서 최소한의 기준과 등급도 만들어 냈다.
'투인원 PC'와 같은 시도도 이어졌다. 기존 노트북에 태블릿 PC의 기능을 추가해서 모바일 기기를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어필했다. 화면을 뒤로 젖히거나 돌려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나왔고 키보드가 분리되는 형태도 등장했다. 얼마전에 열린 컴퓨덱스 2014는 이러한 진화가 계속되고 있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인텔은 '코어M' 프로세서를 선보였고 에이수스는 투인원을 넘는 쓰리인원 모델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태블릿의 출하량은 오는 2017년 3억96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지만 노트북은 1억9200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작년 상반기에 반짝 인기를 끌었던 투인원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일부 울트라북의 선호도만 유지되고 있을 뿐, 비상구는 없어 보인다.
스펙 혁신의 한계
PC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변화가 없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하드웨어 변화만을 추구하는 한계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세상은 이미 모바일 시대로 진입을 했으니 이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방법은 없다. 고객들이 요구하는 모바일 친화력을 흡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PC 업체들의 최근 노력을 보면 모바일 기능을 흡수한 스펙 추가에 불과하다.
모바일 시대에 그토록 강조되고 있는 ‘플랫폼의 중요함’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PC도 모바일 못지 않게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를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의 감소가 조금은 완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PC 제조사들이 내놓은 기기에 대해 사용자들이 만족한 것이 아니고 윈도우 XP 기술지원 종료때문이다. 그동안 미뤄오던 PC 교체가 이번 기회에 자연스럽게 일어난 것이다.
요세미티의 진화
PC 사업자들은 애플의 OSX 전략과 진화방향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얼마전 열린 WWDC 2014에서 차기 OSX 버전인 요세미티를 공개했다. 요세미티가 주안점을 둔 것은 ‘Continuity(연속성)’이다. OSX를 사용하는 맥 장비와 iOS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간의 연동성을 대폭 강화시킨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핸드오프(Handoff)’ 이다. 이를 통해 애플 기기 사이에서 화면을 이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맥에서 사파리로 웹서핑을 하다가 외출하면서 아이폰을 통해 그 페이지를 그대로 이어서 볼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끊김없는(Seamless)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폰과 연결하여 맥에서 SMS를 보낼 수 있고 심지어 전화를 걸 수도 있다. 또한, 기기간 무선 전송을 지원하는 에어드롭(AirDrop)이 OSX 기기와 iOS 기기에서 가능해졌고 ‘인스턴트 핫스팟(Instant Hotspot)’을 통해 쉽게 테더링을 할 수 있게 된다. 하드웨어로 모바일 환경을 흉내내기 보다는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성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PC도 플랫폼 혁신이 병행되어야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애플에 반해 PC에서의 플랫폼 환경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 8.1까지 출시했지만 여전히 윈도우7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시작’버튼의 위치로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플랫폼이 변화가 없으니 산업 자체가 활기찰 수가 없다.
그나마 PC 사업자들이 스스로 변모하려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하지만, 30년전과 같은 스펙 경쟁의 자리에 머무른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모바일 환경과 친화적이 PC만의 강력한 플랫폼이 등장해야 할 시점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PC 산업의 미래가 더더욱 밝지 못한 듯 하다.
* 이 포스팅은 제가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 기고한 칼럼으로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원본 링크는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