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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이란 매출 중심의 사고를 가치평가(Valuation)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DT를 진행하고 있으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73%(에베레스트 그룹 보고서 기준)의 기업이 성공은 커녕 방향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유 중 하나는 DT를 기술이나 HR 관점에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가 변해야 하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애자일’과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이 디지털 프로젝트에 한정된 논의만 이뤄질 뿐, 전사적이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DT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필자는 항상 위의 문장으로 답을 하고 있다.
2019년 말, 매출과 가치평가의 차이를 극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2개의 인수건이 국내에서 벌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 금액으로 제시한 액수는 2조5000억원이다. 아시아나 항공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조 80억원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에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을 인수하기로 했다. 우아한 형제들의 2018년 매출액은 3192억원으로 아시아나 항공과 비교하면 매우 미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나온 우아한 형제들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이른다.
디지털적인 사고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셈법의 차이를 보는게 낯설지는 않다. 5.2조에 이르는 거래액, 누적다운로드 4500만, 월간 사용자수(MAU) 1100만, 20만이 넘는 등록 업소, 전년대비 96%가 늘어난 매출 추이가 반영된 ‘가치평가’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 7조 80억원의 ‘매출’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기업의 눈에 영업이익 586억원에 불과한 우아한 형제들의 ‘가치 평가’는 거품이라고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고전적인 사고 방식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DT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실행에 옮겨져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기업 내부에서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적용되어야 하는 회계와 IR, HR, 전략기획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현실적인 몇가지 이야기들을 아래에서 해보고자 한다.
첫째, 매출이 핵심성과지표(KPI)가 되어서는 안된다. 많은 기업들이 DT사업을 시작하면 디지털 전문 기업에서 평판이 좋은 인력을 영입해서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 등으로 임명한다. 가치평가 기반의 목표 설정이 익숙한 그들이 가장 먼저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은 이직하자마자 회사에서 ‘매출’에 대한 KPI를 주는 것이다.  3~4개월 정도는 허니문 기간이라고 기다려주지만,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여러 채널을 통해 압박을 준다.
CEO나 CSO는 생각이 다르며 'DT는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를 해주긴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고 문서들이 본부별, 부서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중심으로 취합되고 회의가 진행되다 보면 DT담당 임원들은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이는 기존 임원들 눈에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임원으로 보이게 되고, 공격의 빌미가 되기 쉽다.
DT사업부는 기존 사업부와 독립되어야 하며, 해당 부서의 KPI는 가치평가 중심이어야 한다. 빅데이터 플랫폼이나 클라우드와 같은 신규 인프라에 추가되는 SW, 대고객 서비스의 MAU와 리텐션(Retention), 파트너사 포트폴리오 등이 KPI로 설정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KPI 설정이 다른 사업부와 달라야 하는 것은 초기 2~3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가치평가 중심으로 DT사업부를 바라보아야 하고 평가를 해주어야 한다.
둘째, CFO는 DT의 핵심 인원이다. DT 초기에는 엄청난 비용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장비들이 필요하고, 컨설팅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으며, 새로운 인력 채용이 진행되다보니 너무 당연한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는 전통 기업들이 DT사업을 시작하는 시기가 기업 매출의 성장세가 꺽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기업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으니 CFO는 투자에 대해 소극적이고, 필요한 시점에 예산 지원이 되지 않으니 DT 관련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실행되기 어렵다.
CFO가 전향적인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실무에서 보수적인 예산 집행 기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부서에 예외를 주는걸 싫어하고 일괄 삭감 등에 익숙한 패턴에 익숙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DT사업 시작 초기에 CFO가 명확한 투자 금액과 기간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언론 등을 활용하여 이러한 선언까지는 잘 하는 편이다. 문제는 기업 재무구조가 어려워지면서 2~3년 후에 선언했던 예산을 삭감하는 경우이다. 초기 기조가 유지되지 못하고, 예산과 인력을 줄이면서 DT가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이러한 예산 보호를 위해서 DT사업부를 독립적으로 분리시키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금융지주사나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BIB(Bank In Bank)’ 개념을 만들어 내며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기업마다 상세 전략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조직을 분리시키면서 고유의 회계 기준을 만들고 별도의 예산 집행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해 년말 쯤에는 좋은 사례들이 생겨날 테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내부에서야 어떻게든 설명이 된다고는 하지만 실적 발표, 주기적인 IR, 언론 발표 등과 같은 외부를 대상으로 ‘가치평가’라는 개념을 단기간에 설득할 수는 없다. 대기업 임원만큼이나 쉽사리 바뀌지 않는 그들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DT 전담 조직의 기여도를 수치적으로 측정하고 기존 사업의 성과에 포함시켜야 한다.
일부 기업들이 이러한 기여도를 별도 수치로 만들려는 시도를 몇차례 본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실효성이 크게 없는게 현실이다. 만들어진 지표에 대해 객관성을 담보받기 어렵고, 지출과 매출로 이분화해버리는 기존 개념 속에서 공감을 유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DT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클라우드, 빅데이터플랫폼,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  AI 플랫폼 등과 같은 여러가지 디지털 자산들이 기존 사업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이런 보고서를 작성할 때, 실무담당자는 '비용 절감'과 '매출액 증대'로 구분해서 정리를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 숫자를 채워 넣다보면 DT의 자산이 대부분 ‘비용 절감’에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자주 보아왔다. 하지만, 매출 기반의 화법에 익숙한 그들에게 DT의 가치를 증명하긴 위해서는 ‘매출액 증대’에 들어가는 숫자를 산정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디지털 채널을 통해 유입된 고객, 바이럴 마케팅의 응답율,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고객들의 상품 가입등을 트래킹하여 ‘매출’로 변환된 수치를 대외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워크데이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기업의 C-레벨 경영진 60%가 DT를 통한 ROI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언급을 했다. 이러한 설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DT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ROI에 대한 기대감과 측정 기준이 디지털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DT사업부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가치측정과 사고방식의 전환이 기업 내에서 반드시 병행이 되어야 한다. 필자가 DT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때, 가장 먼저 강조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20/03/04 15:25 2020/03/04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