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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자사 트래픽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다크 트래픽(Dark Traffic)'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등장했다. 일부 보고서나 논문에서 스팸이나 파밍과 같이 악의적으로 전달된 링크를 클릭하면서 발생된 트래픽을 지칭할 때, '다크 트래픽'이라고 부르곤 했으나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에서 사용된 의미는 그것과는 무척 달랐다.
 
가디언은 유입원을 알 수 없는 트래픽을 지칭하면서 '다크 트래픽'을 사용했다. 즉, 웹에서 사용 행태 분석을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사용한 리퍼러(Referrer)가 없는 트래픽을 말한 것이다. 가디언은 다크 트래픽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모바일에서는 10~15%까지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인터넷 환경을 고려해보면 이런 다크 트래픽은 모바일앱을 통한 사이트 유입이고,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나 SNS가 대부분의 유입원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디언의 다크 트래픽은 대부분 왓츠앱(Whatsapp)을 통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내의 상황도 비슷하다. 모바일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다크 트래픽에 해당하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카카오톡 등과 같은 모바일앱을 통해 지인들과 웹링크(Web Link)를 공유하는게 매우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바일앱을 통해 유입된 웹트래픽을 분석하기 어려운 것은 리퍼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쿠키(Cookies)를 통해 고유한 사용자를 구분해내고 이용행태를 분석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애플은 IFAs(Identifiers for Advertising), 구글은 Android ID등과 같은 별도 기술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이지도 않고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일부 광고 사업자들이 써드파티 쿠키를 만들어서 제공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플랫폼에서 막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당분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서비스 사업자들이 사용 행태 분석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볍게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각 소셜서비스에서 공유되는 자사의 웹 링크에 대해 주도적으로 제어를 해야 한다. 이번 가디언 보고서를 본 '니먼저널리즘랩'의 조슈아 벤턴가 제시한 방법이 매우 실용적이면서 이해하기도 쉽다. 요즘은 모바일웹 페이지 하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셜 공유 버튼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버튼을 눌러 공유를 할 때, 동일한 링크 주소를 주지 말고 소셜 서비스에 따라 파라미터값을 다르게 설정하라는 조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소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사 웹링크를 제어를 해야 한다.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트위터의 공식 계정, 카카오톡의 플러스 친구와 같은 채널들을 운영하면서 주요 콘텐츠를 노출하고 파라미터값이 설정된 링크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파라미터값이 설정된 링크를 노출시키는 것으로 정확한 집계를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유입 지표 뿐만 아니라 각 소셜 서비스 사용자들의 반응을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장점도 가지고 있다.

 
둘째, 자사앱 안의 이용행태 분석을 보다 더 정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웹에서 사용되던 이용행태 분석 기술은 점차 효용성을 잃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집행 결과를 요구하는 광고 시스템이나 개인화로 중심이 되는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는 직격탄이 된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새로운 추적 방식을 개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웹과 같이 표준화되고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서비스 사업자들은 외부앱에서 일어난 이용자들의 행태를 분석하는 것은 포기하더라도 자사앱 안에서 만큼은 정밀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사앱'은 독립적인 하나의 앱은 물론이고 패밀리앱을 호출할 때도 포함된다. 어떤 화면에서 어떤 필요를 가지고 어떤 앱을 호출했는지를 분석하고 서비스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기본적인 측정 지표 또한 모바일앱에 최적화되어 있는 솔루션으로 교체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웹사업자들은 모바일앱에서도 UV, PV를 기준으로 지표를 쌓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전략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여러 API를 호출하여 한 화면을 만들어 내고 'more' 버튼을 통해 다음 콘텐츠 리스트를 만들어 구성해 내는 모바일앱과는 애초에 맞지 않는 지표이다. 모바일앱 지표의 산업표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LTV(Lifetime Value) 등과 같은 새로운 솔루션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서비스를 운영하는 패러다임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 사업자들은 서로 다른 스크린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를 구분하고 인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다. 이를 통해 통일된 사용성을 제공하고 연속성 있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넷 사용 환경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크 트래픽은 단순하게 PC와 스마트폰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스마트워치나 구글 글래스 등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늘어나고 대중화된다면 소비하는 스크린은 증가하고 유입 트래픽의 종류는 다양해지게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가 서로 다른 기기를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한다. 사용하는 기기의 종류와 목적, 처해진 환경, 사용자의 위치, 그리고 기분에 따라 가치 척도가 달라지고 필요한 콘텐츠는 바뀌지 않을까?
 

피상적으로 살펴본다면 다크 트래픽은 웹 사업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모바일앱 사업자들도 인터넷 환경이 변하고 있으며 소셜 서비스의 성장이 무섭게 빠르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필요한 상세 요소는 다르겠지만 고객을 이해하는 것은 서비스 사업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단편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표준화된 측정 방식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겠다.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2014/12/05 18:56 2014/12/05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