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국내 전자책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2010년까지 1천억원 정도를 유지했었다. 2011년 2천891억원, 2012년 3천250억원으로 서서히 성장은 했지만 해외 시장처럼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토러스투자증권은 2013년 국내 시장 규모가 5천830억원으로 전년대비 79.4%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가 국내 전자책 시장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전망과 시장 체감의 차이
이러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업계의 체감 온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글로벌 시장은 전체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2012년)에 7.3%인데 비해 국내의 경우는 여전히 1~2%에 불과하다. 독서를 아예 하지 않는 사용자가 29.4%나 되며 종이책으로만 소비하는 비중이 여전히 56.0%나 차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새로운 전자책 단말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태블릿 PC의 보급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통해 전자책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는 매년 등장한 이야기이다. 이번 전망은 뭐가 다를까? 전망에 대한 평가는 검증할 수가 없으므로 의미가 없다. 다만, 시장 환경의 변화가 전망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전자책의 주요 소비 단말은 스마트폰
전자책 시장을 생각할 때는 '킨들'과 같은 전자책 단말기나 종이책의 디지털 버전이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렇게 기존 프레임으로 전자책 시장을 해석하면 당연히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다행히도 기술의 발전과 컨텐츠 생산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자책 시장의 범위와 성격마저 바꿔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의하면 전자책을 '전자책 전용 단말기'로 소비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44.1%로 가장 높았고 PC와 태블릿 PC가 그 뒤를 차지하고 있다. 디바이스가 다르다보니 소비하는 컨텐츠의 성격도 다르다. 기존 도서가 아닌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새롭게 생산되는 전자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모바일 전용 단편 시집, 시장 보고서, 논문, 웹툰 등이 이러한 컨텐츠이다.
유통 경로도 달라져
생산자와 컨텐츠의 성격이 다르다보니 유통 경로도 기존 도서와는 차이가 많다. 인터넷 서점(12.9%)이나 도서관(6.2%)을 통해 유통되는 비중은 매우 적다. 기존 온라인 컨텐츠와 같이 인터넷 포탈(34.1%)과 앱스토어(30.3%)의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크다.
가격에 대한 인식차이도 문제
기존 도서의 경우, 사용자와 공급자간의 가격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사용자들은 전자책이 기존 종이책에 비해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 조사에서도 '컨텐츠 가격'에 대한 중요도가 69.7%로 다른 어떤 항목보다 높게 나왔다. 과연, 어느 정도나 저렴해야 하는 것일까?
만원짜리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할 경우 적절한 금액을 묻는 질문에 국내 응답자의 74%는 5천원미만이라고 답변하였다. 3천원 미만도 41%에 이른다. 반면, 종이책과 똑같아도 된다고 답변한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감안하면 기존 출판산업이 전자책 시장에 그대로 들어오면 ROI가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아마존의 경우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판매 가격이 거의 동일하다.
선호 장르에도 차이가 있어
종이책과 전자책은 선호 장르에서도 차이가 난다. 종이책의 경우 일반문학에 대한 선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반면, 전자책은 장르문학이나 취미, 연예, 오락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항목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지만 전자책의 선호 장르로 만화(웹툰), 잡지 등에 대한 비중도 매우 높다.
전자책의 단점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어
국내 사용자들이 전자책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종이책이 읽기 편해서(77.3%), 가독성이 좋지 않아(68.2%), 책을 읽는 기분이 들지 않아서(40.9%)등이 대체로 높게 조사되었다. 단순하게 저장의 편리성이나 즉시 구매등의 기능으로 전자책의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종이책의 역사가 너무 길다.
새로운 영역이 구축될 것
5년후의 독서방식을 예상하는 질문이 답변을 보자. 종이책 위주를 예상하는 비중이 50.6%, 전자책 위주를 예상하는 답변은 20.1%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중이 유사할 것이라는 답변도 21.4%에 이른다. 전자책이 성장한다고 해서 종이책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웹이 성장하면서 기존의 만화책이 웹에서 잘 소비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마우스를 스크롤하면서 각 장면이 흘러가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컨텐츠가 등장하였고 지금은 고유한 장르로 인정받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만화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자책 시장도 유사하게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종이책, 종이책의 디지털버전, 모바일에 특화되어 제작된 전자책 등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상호 시너지를 낼 것이다. '전자책 시장'이라는 범위에는 서로 다른 두가지 컨텐츠 영역이 포함되며 있다. 2013년은 리디북스, 카카오 페이지, 앱스토어 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이 만들어지고 유통될 것이며 이는 전체 시장이 성장할 확률을 높이는 환경적 요인들이다.
Comments List
:-) 독서량이 줄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딱 그렇지 만도 않은가 보네요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출퇴근시 거의 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자리에 앉으면 책을.. 서있을때는 스마트폰을 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거의 다 비슷하더군요..자투리시간 소비 패턴이 책,신문 >스마트기기의 짧고 자극적인 컨텐츠로 이동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위 독서와의 상관관계자료는 나온지가 꽤 되서, 패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게 아닐까요?ㅎ
독서량을 "권"으로 표기하는 것 자체가 이미 옛날 방식인듯..
이제 Byte로 표기할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뉴스나 잡지, 혹은 전통 미디어의 구독 성격자체도 바뀌었는데.. RSS소비도 그렇고, 기존의 "권"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섵부른듯.
무엇보다도 일반 책의 경우도 국내에는 과거 1권으로 팔릴 만한 분량이 2,3권으로 나누어지고 있는 성향을 보면, 더더욱 권으로 표기되는것은 문제 있어보입니다.
제가 쓰는 e-book reader의 경우 파일을 다루기가 생각보다 힘이 들더군요. 폴더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컴에 연결해서 reader안에 폴더를 만들고 책 파일들을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파일 이름이 책 제목이었거든요. 그래서 윈도우 탐색기를 이용해 문학, 인문, 수필.. 하는 식으로 정리가 가능했어요.
어느 순간 파일 이름이 알파벳과 숫자의 긴 조합으로 바뀌어 책 제목을 탐색기로 알아볼 수 없어졌고
리더 메뉴를 통해서만 제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이 몇 백 권 넘어가면 거의...
폴더, 하위폴더 접근은 가능해도, 컴에서 그걸 다룰 수가 없어요.
mp3 음악은 플레이리스트를 각기 구성할 수 있는데, 전자책에도 그와 비슷한 기능이 필요해요.
책꽂이를 여러개 생성하도록 하거나, 셀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