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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략의 관점에서 아마존을 '혁신의 상징’으로 해석하려면, 반대 사례로 전통 소매업자의 몰락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이 월마트이다. 아마존이 높은 주가와 트래픽, 신규 서비스 등으로 화제를 만들어낼 수록, 월마트의 몰락이 더욱 심화돼야 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까지만 해도 월마트의 모습은 처참했다. 판매 부진을 이유로 미국 내 154개, 해외 115개 등 세계적으로 총 269개의 점포를 폐쇄할 정도였다. 분석 보고서들이 쏟아졌으며, 아마존의 약진으로 인해 월마트의 몰락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3년 반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월마트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1280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 늘었고, 미국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3%, 6% 성장했다. 온라인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해 전년 동기대비 41%나 증가했다. 코로나19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4주 동안 미국 전역에 약 4700개 이상이 있는 월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20% 늘었으며 매출 산정 기간을 8주로 늘리면 성장률은 30%까지 증가한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월마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사업이 성공한 요인 중 이번 칼럼에서는 전체적인 진행 단계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만 월마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과 시행착오 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지면에 10여 년 동안 일어난 이야기를 전달하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소한 내용들은 다소 생략했다.
1단계. 기술 내재화
월마트는 2011년에 소셜 미디어 분석 기업인 ‘코스믹스(Kosmix)’를 인수하면서 '월마트 랩스(Walmart Labs)’라는 기술 전문 조직을 만들었다. 코스믹스의 기술을 이용해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와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때부터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조직을 강화했고, 'SNS와 모바일, 플랫폼’을 핵심 사업으로 정의하고 기술 중심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월마트 DT 사업의 시작과 근간이 이렇게 탄생한 월마트 랩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단계. 모바일 중심의 옴니 채널
소매유통업의 특성상, 월마트 DT 사업은 철저하게 옴니 채널 중심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모바일 중심의 옴니 채널 전략을 펼쳤다. 자사 모바일앱에 상점 모드(Store Mode), 위치 기반 서비스, 최저가 보증(Saving Catcher), 레지스트리(Registry) 서비스, 쇼핑리스트 등과 같은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신규 기능의 상당수는 스타트업의 인수를 통해 월마트앱에 흡수되는 형태로 진행됐다.
3단계. 디지털 전략과 기획 강화
2016년 9월 19일, 월마트는 온라인 커머스 기업인 ‘제트닷컴(jet.com)’을 33억달러(3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를 통해 온라인에 최적화돼 있는 젊고, 소득이 높은 월 40만명의 신규 고객을 창출했다. 동시에 설립자 겸 CEO인 마크 로어가 월마트 온라인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면서 서비스적인 마인드와 문화를 개선시켰다. 오프라인 현업과 월마트랩스의 엔지니어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DT 사업에 디지털 친화적인 전략과 기획이 더해지는 시점이다.
4단계. 매장 중심의 옴니 채널
슈퍼센터(Supercenters)를 옴니 채널 전략의 핵심 허브로 지정하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의 DT 사업을 실행한다. 먼저, 약 11억 달러(약 1조 3100억 원)를 들여 미국 5000여 개의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는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혁신했다. 매장 리모델링과 함께 클릭 앤드 콜렉트(Click & Collect), 월마트 픽업 디스카운트(Walmart Pickup discount), 월마트 그로서리 딜리버리(Walmart Grocery Delivery), 월마트 드라이브쓰루(Walmart Drive-Thru) 등과 같은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중에서 식료품 픽업 서비스인 '월마트 그로서리 픽업(Walmart Grocery Pickup)’에 사용자들은 강력하게 호응하며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루어 냈다.
5단계. 아마존에 대한 반격
지금까지 수비 위주였던 월마트의 DT 사업에 최근에는 공격적인 요소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기반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인 폴리모프 랩스(Polymorph Labs)를 인수하고, 월마트 미디어 그룹(Walmart Media Group)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광고 사업자로서의 도전을 시작했다. 아마존의 광고 매출을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 3월에는 아마존의 프라임에 대항하기 위해 ‘월마트+’를 런칭했다. 광고나 멤버십 사업 모두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지만 월마트에게는 잠재력이 높은 분야이다.
지금까지 월마트 DT사업을 5단계로 요약해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재고 관리, 물류 시스템 정비, 데이터 분석, 조직 개편 등과 같이 굵직하고 중요한 활동들이 병행해 진행됐다. 그 결과는 아마존의 공습에서 살아남아 DT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기업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월마트의 활동과 단계 속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점과 배워야 할 이야기들이 어떤게 있는지 짧게 논의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DT 사업의 시작을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실행한 독특한 사례이다. 전통기업들의 DT 사업은 일반적으로 외부 전략 컨설팅을 시작으로 해 사업 기획 인력을 내재화하는 것에 집중한다. 기술은 외주 의존도가 대부분이며, 내재화에 대한 갈증이 있는 기업들도 좋은 인력들이 지원하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월마트는 이러한 갈증을 인수, 합병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이렇게 탄생한 ‘월마트 랩스’라는 기술 중심의 조직이 버티고 있었기에 전략적 방향성이 바뀌더라도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했고 빠르게 기획을 실행에 옮길 수가 있었다. ‘우리는 디지털 기업이 아니니 적정 수준의 기술이 최소화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DT 담당자가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지점이다.
둘째, 성공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던 2016년은 월마트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2011년부터 각종 기업을 인수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지만 온라인 사업의 성과는 미비했다. 2016년, 미국 소매유통업의 온라인 평균 성장율은 15%였는데, 월마트는 7%에 불과했다. 당시의 아마존 성장율이 31%이던 시절이다. 월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DT에 미온적이던 ‘타겟’에도 밀리면서 온갖 조롱과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 그러한 시점에 33억 달러를 투자해 제트닷컴을 인수하는 결단력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고 요구하는 국내 DT 사업자들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셋째,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쳤고, 유효했다. DT를 수행하는 국내 전통기업들은 항상 경쟁이 되는 디지털 기업을 분석하고 닮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그들보다 기술력은 낮고, 실행력은 떨어지며, 기동력은 느리기 떄문에 애초에 승산 없는 싸움을 하는 셈이다. 월마트도 2단계에서는 아마존과 같이 모바일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전략을 바꾸었다. 아마존에게는 없고 월마트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오프라인 매장에 기술과 디지털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그 성공을 기반으로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마트 DT 사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주목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 해보았다. 항상 사례를 소개할 때는 조심스럽다. 실패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면 반드시 실패하지만,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마트 옴니채널의 세세한 기능을 설명하거나 집중하기 보다는 약 10년간의 흐름을 소개한 것이다. 이번 월마트의 단계적 흐름에 대한 소개가 DT 사업을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2020/05/13 10:38 2020/05/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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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면 아주 간단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화두와 종종 맞이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채널력과 상품력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우선시 해야 하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여기에서 '채널력'이란 웹이나 모바일앱의 UX나 성능, 프로세스 등을 포괄하는 것이고, ‘상품력’은 이를 통해 판매가 되는 상품과 콘텐츠, 완성도, 가격 경쟁력 등을 의미한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채널력과 상품력 모두 갖춰야지 무슨 이런 실없는 고민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채널에 대한 경험과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전통기업에서 DT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이다. 전통 기업들의 모바일앱 포트폴리오가 정리되지 않고, 상호 간의 시너지가 없으며, 사용자 경험(이하 ‘UX’)에 투자가 부족한 이유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깊은 고민과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식당을 통해 비유하자면 인테리어가 중요한지, 음식맛이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전통적인 요식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음식맛이 기본이고 최우선일 것이다. 음식이 맛있고, 유명해지면 손님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는 논리이다.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다른 접근도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분위기 좋은 사진 배경과 유튜브로 먹캠을 실시간 중계할 수 있는 공간과 편의성이 더 중요한 고객층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에게는 상품력, 젊은 고객들에게는 채널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오픈서베이가 발간한 ‘금융 트렌드 리포트 2019’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주거래 은행 앱(1~3순위 합)을 묻는 질문에 40대 40.8%, 50대 36.0%가 KB 국민은행이라고 답변을 했지만, 20대 57.4%, 30대 51.2%가 카카오뱅크를 선택해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20대는 ‘앱이나 사이트가 편리해서’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가장 오래 거래해온 은행이라서’의 비중이 높은 50대와 ‘각종 수수료 혜택이 있어서’을 선택한 40대와는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모든 것이 사용자 중심이고 UV, PV, DT 등과 같은 채널 중심적인 사고와 KPI에 익숙한 디지털 기업에서는 이런 논의가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이것은 사업에 대한 근본 철학과 이해가 전통 기업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차이점과 채널력이 DT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짧게나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설명을 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비교를 하는 것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첫째, DT 사업의 대상은 전통적인 개념의 '고객(Customer)’이 아니라 디지털 친화적인 ‘사용자(User)'여야 한다. 디지털 기업은 항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구성하지만, 전통기업은 계약을 통하거나 매장에 들어온 '고객(Customer)’을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대상이 다른 이유는 채널 변경 비용(Channel Switch Cost)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방문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상품별로 다른 매장을 찾아다니면서 별도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일단, 매장(Channel) 안으로 들어오면 물리적인 비용과 시간 때문에 그 안에서 대부분의 쇼핑을 마무리한다.
반면에 온라인은 채널 변경이 너무 쉽고 편리하다. A사이트에서 생수를 사고, B사이트에서는 라면을 구매하고, C사이트에서는 고기를 사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온라인 소비 행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채널에 유입되어 들어온 사용자들에게 제품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비교하게 하고, 교차판매(Cross-Selling)와 상향이동판매(Up-Selling)를 유도하는 UX와 기획력, 마케팅 등이 디지털 채널에서는 중요하다. 이렇게 새로운 사용자가 고객이 되게 만들고, 한번 고객이 된 이후에 재방문을 하게끔 하는 것은 모두 채널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둘째, 결국 상품력이라는 것은 공급자가 아닌 고객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전통기업들이 강조하는 상품력은 다분히 공급자 중심적으로 만들어진다. 막연하게 제품 가격, 금리 등과 같은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일방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형 광고를 집행하고, 찾아오는 고객들의 구매여부와 만족도에 대한 조사는 별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디지털 기업은 고객에게 끝없이 물어보고, 연구하고, 수정한다. 디지털 상품들은 한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반응을 적용면서 수정하고 개인화시키고, 그게 맞지 않을 때는 좀 더 적합한 상품을 추천한다.
디지털 기업이 상품에 고객의 반응을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채널에 들어와서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행태를 기반으로 한다. 어떤 키워드로 상품을 검색하는지, 비슷한 제품 중에서 어떠한 비교를 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지, 왜 구매를 포기하는지에 대해 매우 정밀하게 분석을 한다. 디지털 기업들이 고객 중심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강한 채널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통기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셋째, DT는 단순히 현재 상품의 판로를 디지털로 확장하는게 아니고, '업의 본질'을 바꾸는 것(Transformation)이 최종 모습이어야 한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전통기업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이다. 유통업과 호텔업의 본질이 서비스업이 아닌 부동산업이라는 것은 이제는 흔한 이야기이다. 문제는 업의 본질이 디지털 시대로 오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본질이 사라지니 새로운 정의해야 하는데, 답을 내주는 사람이 없으니 단순 매출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디지털기업들도 '업의 본질’에 대한 고려를 한다. 구글은 검색 엔진 서비스이지만 광고가 전체 매출의 84%를 차지한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기업이지만 AWS가 영업이익의 62%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업의 본질’을 재정의하기 위해서는 채널경쟁력이 있고, 사용 트래픽이 많아져야 가능하다. 아마존에 밀리던 월마트가 DT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더니, 디지털광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도 다 이러한 맥락이다.
DT를 하면서 가장 기운이 빠질 때가 '좋은 상품만 있으면 고객은 우리 채널로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공급자 중심의 자긍심과 마주칠 때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좋은 채널 위에서 사용자들에게 전달이 되어야 되며, 좋은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채널을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발전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채널경쟁력이 필요하고, 채널 포트폴리오 정리와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DT의 초기 단계에 있는 전통기업이라면 상품력보다 채널력이 우선한다고 단언해도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니다.
2020/04/21 06:48 2020/04/21 0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