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가 500억개가 넘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트너(Gartner)는 2014년에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중에 하나로 IoT를 선정하였고 향후 10년간 IoT가 만들어 낼 경제 가치를 약 19조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와 무관하게 ICT 산업 안에서는 IoT가 핫키워드임은 분명하다.
시장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ICT 기업에게는 IoT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버린 셈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닷컴 기업에게 IoT 라는 키워드는 낯설기가 그지 없다. 그나마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는 웨어러블 기기라면 수월하다. 하지만, 조그마한 센서만을 가지고 한가지 기능만을 수행하는 대다수의 IoT 기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하다. 닷컴 기업이 지금까지 제공했던 콘텐츠라는게 검색, 뉴스, 커뮤니티 등과 같은 서비스 플랫폼인데 이들을 IoT에 녹여내는 방법이 없다. 알림(Notification)을 제외하면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법조차 없다. 더구나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이 매출의 대부분인 닷컴 기업들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IoT 시대가 되면 수익 모델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 된다.
전통적인 닷컴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대기업 내의 IoT팀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살펴보면 만보계나 심박계 등이 대부분이다. 대형 통신사들은 10년전 시나리오를 그대로 들고 나와 ‘M2M’에서 ‘IoT’로 단어만 치환하고 있다. 이들의 제품만을 놓고 이야기 하자면 IoT가 분명하지만 서비스적인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 사업과의 연속성을 발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IoT 시대를 맞이하여 닷컴기업들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가? 아쉽게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아직 알지 못한다. 다만, IoT에 대한 대응을 잘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짐작을 할 수는 있을 듯 하다. 대형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아래 세가지 유형 정도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째, IoT 시대의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강조를 했었다. 이는 IoT 시대에도 동일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이다.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전세계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는 구글이 IoT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미 LG전자의 G워치와 삼성전자의 기어 라이브와 같은 제품에 탑재되어 판매가 되고 있다.
구글과 같은 기존 플랫폼 사업자에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웨어러블 기기인 피트니스 밴드 '미 밴드(Mi band)'를 공개했다. 13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제품은 샤오미 자체 플랫폼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퀄컴과 MS는 ‘올조인’이라는 개방형 IoT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자체 플랫폼인 타이젠을 통해 웨어러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둘째, IoT 기기를 직접 만들어 내는 기업이 있다. 아마존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아마존은 바코드나 음성을 통해 쉽게 주문할 수 있는 '아마존 대쉬(Amazon Dash)’과 무게 5파운드 이하의 제품을 배송해주는 '드론(소형 무인 비행 물체)’을 발표하고 테스트 중에 있다. 자체 스마트폰인 ‘파이어폰’ 안에는 ‘파이어플라이’ 기능을 탑재해 문자·이미지·오디오를 인식해서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자면 크롬캐스트(Chromecast)도 여기에 해당된다. 저가의 동글형 기기를 판매하고 크롬 브라우저와 연동을 쉽게 하고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물론, 아마존과 구글이 이러한 기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하드웨어 사업으로 수익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IoT 기기를 통해 자사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유입 채널의 역할을 하게 하고 오프라인 기기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셋째, 아예 기존의 ‘콘텐츠(Content)’를 재정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금까지 닷컴 기업들은 콘텐츠를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통해 만들어진 미디어 포맷으로 정의하고 생산과 유통에 집중했다. 그런데, IoT 시대에 이러한 고전적인 개념으로 콘텐츠를 정의를 하고 나면 운신의 폭이 없어진다. 이제부터는 IoT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센서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생산하고 분석해서 자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상이 온다.
닷컴 시절에는 로그(Log)에 불과했던 데이터들이 분석을 통해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구글이 스마트홈 관련 제품 개발사인 네스트랩(Nest Labs)을 32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네스트의 홈기기는 상황(Context)을 포함한 사용자 데이터를 쌓고 있다. 분석을 통해 개인화된 패턴이 만들어지고 네스트 홈기기는 물론이고 구글의 웹 서비스와 모바일 서비스에 개인화된 정보가 제공될 것이다.
대형 기업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선택이 무조건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확실한 것은 각종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ICT 기업들이 의료 기기나 운동화, 안경 등과 같은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 전략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닷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아닐까?
* 이 글은 제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의 초벌입니다. 개인적인 기록을 위해 이곳에 남깁니다. 발행된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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